이란-미국 전쟁發 유가 폭등… ‘긴급정산상한가격(EPC)’ 재도입 가능성 커져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2주 사이 약 37%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 도달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며 선박 운항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국제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으며, 이로 인해 국내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전력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유가 및 LNG 가격이 전력도매가격(SMP)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구조상, 이번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과거 시행한 긴급정산상한가격(EPC) 제도를 재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SMP상한제 긴급정산상한가격

■ 긴급정산상한가격(EPC)이란?

긴급정산상한가격제는 국제 연료가격 급등 등으로 전력시장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적용하는 제도다. 직전 3개월 동안의 SMP 평균이 과거 10년간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될 경우 1개월간 적용되며, 상한가격은 10년 가중평균 SMP의 1.5배 수준으로 설정된다.

해당 제도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LNG 등 연료비의 급등으로 전력도매가격이 2021년 연평균 94.34원에서 2022년 12월 267.63원으로 급등한 것을 계기로, 정부가 2022년 11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도입한 바 있다.

당시 제도 도입의 명분은 ‘전기소비자 보호’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던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10년간 SMP 가격 추이

■ 태양광·열병합 업계 “또 당하나” 긴장

문제는 EPC 재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민간 발전사들이 입게 될 타격이다. 특히 태양광 및 열병합 발전사업자들은 2022년 EPC 시행 때도 심각한 손실을 겪은 바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의 경우 발전설비 설치 이후 추가적인 연료비가 지출되지 않으므로, 전력시장운영규칙상 연료비 미달액 보전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태양광 업계는 EPC가 민간 발전사들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 등을 준비했던 바 있다.

열병합 및 소규모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경우, 연료비만 보전받을 경우 무부하비용 등 다른 비용은 정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오히려 가동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발전사업자들은 EPC 적용 시 SMP 정산수익은 감소하는 반면 연료비 실비보상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결국 한국전력의 적자를 발전사업자가 떠안는 구조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 “근본 해결책 아니다” 전문가 우려 여전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현실화 없이 EPC 도입만으로는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발전소들이 전력 공급을 줄여 에너지 수급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이란-미국 전쟁으로 인한 유가 충격이 2022년 러-우 전쟁 당시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만큼, 정부의 EPC 재도입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발전업계와의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전력시장 전문가들은 “EPC는 단기 봉합책에 불과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현실화와 전력시장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발전업계 역시 2022년 당시 소송·피켓시위 등의 집단 대응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공식 입장 및 EPC 발동 여부는 향후 SMP 추이와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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